아이패드 프로를 구매한 이유

1.지난 해 1월만 해도 논문과 보고서를 종이로 인쇄해서 밑줄을 그어가면서 보거나, 또는 아이디어 브레인스토밍을 했다. 여러 한계가 있었다.

(1)영어 논문을 보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옆에 두고 사전검색해서 하나씩 검색하기가 참으로 번거로웠다.

(2)내용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고자 그린 그림이 어딘가 잘못되면 처음부터 다시 그려야 한다. 레이아웃 배치가 잘못돼도 마찬가지다.

(3)글쓰기 업무를 종결한 후에는 백업도 어렵고 종이를 대량으로 파쇄기에 넣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4)노트 또는 인쇄물을 집에 두고 오는 일이 종종 있어 집 또는 회사에서 손필기를 제대로 할 수 없을 때가 많았다.


2.그래서 맥북으로 논문과 보고서 파일을 보며 마우스로 강조 표시(밑줄긋기)를 해보려고도 했다. 역시 한계가 있었다.

(1)Skim과 같은 앱을 이용하면, 보호 조치가 적용되지 않은 대다수 PDF 파일에서 강조 표시한 부분을 추출(extraction)하기가 어려웠다.

(2)읽기는 이른바 ‘손맛’이라고 하지 않는가. 마우스를 이용한 밑줄 긋기는 종이와 펜을 들고 밑줄 긋기와는 차원이 다른 인터페이스다. 전혀 직관적이지 못했다.

(3)역시 손글씨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3.더이상 PDF를 종이로 인쇄해서 보고 싶지 않았다. 손글씨를 마음껏, 자유롭게 입력할 수 있는 새로운 입력 장치가 필요했다. 그래서 산 게 바로 아이패드 프로3다. 한 디지털 매장에서 직접 체험해 본 애플 펜슬의 필기감이 이런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4.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구조적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쓰는 marginnote의 맥북 앱의 가격은 59,000원. 반면, 아이패드 앱의 가격은 19,000원. 당연히 더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는 아이패드 앱 버전의 marginnote를 구매했다.

(1)마우스보다는 손가락 제스처 또는 스타일러스 펜을 이용한 조작이 더 쉽다.

(2)그래서 맥에서는 관련 내용을 조회(view)만 할 거라는 판단이 있었다.

(3)참고로 맥에서는 무료로 뷰 모드를 실행할 수 있다.


5.기술 개념을 잘 설명해 둔 자료에서 주요 내용을 정리해 marginnote에 입력할 때 블루투스 키보드를 쓴다. 이때는 아이패드를 책상에 세워놓은 상태다. 그러다가 간단하게 아이패드를 조작해야 할 일이 있으면 다시 아이패드를 눕혀놓고 손가락 또는 스타일러스 펜으로 화면을 조작해야 한다. 아이패드용 마우스가 따로 있다면 아이패드를 세우거나 높이는 행동을 할 필요가 없겠다 싶었다.

(1)기존의 마우스는 usb 리시버가 기기에서만 동작한다. usb 허브를 굳이 따로 사고 싶지도 않았다. 이런 이유로 블루투스 방식의 페어링을 지원하는 마우스를 새로 장만키로 했다.

(2)여성이 들고 다니는 가방에 넣고 다니기가 부담스러운 두께의 디자인도 이런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6.이렇게 구매한 게 조약돌이라는 의미를 지닌 페블(pebble) 마우스다.

(1)실제로 모양도 조약돌처럼 앙증맞게 생겼다. usb 리시버와 블루투스 방식을 모두 지원한다. 블루투스로 연결한 아이패드에서 잘 동작했다. 얇은 두께 때문에 손목이 아프거나 사용성이 떨어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가방에 쏙 들어가는 크기 덕분에 휴대성을 갖췄다.

(2)블루투스 연결로 맥북 화면도 페블 마우스로 조작할 수 있다. 아마 회사나 집처럼 메인으로 쓰는 마우스가 없는 외부 공간에서, 맥북과 아이패드를 동시에 조작하고 싶을 때 이 페블 마우스를 쓰면 될 거 같다. 뒷면의 버튼을 누르면 블루투스로 연결된 아이패드를 조작할 수 있고, 또다시 누르면 usb 리시버에 연결된 맥북을 조작할 수 있다(매끄럽게 조작된다고 볼 수는 없다).


7.이런 사례를 토대로 돌이켜 보면, 나는 내가 문제라고 느끼는 상황을 해결하는 도구에 큰 가치를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반면, 생산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은, 이를테면 옷이나 가방, 구두, 액세서리 류에는 큰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편이다.


8.그런데 최근 테크 커뮤니케이터 모임 구성원 중 하나가 정말 예쁜 서류 가방을 들고 나타난 걸 계기로, “내 커리어에 자부심을 느낀다면 나의 업무를 도와주는 도구를 담아줄 포장지에도 효용성을 느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수 개월 고민 끝에, 디자인과 색상 모두 마음에 드는 아이템을 하나 골랐다. 회사에서 나눠 준 에코백만 늘 들고 다니다가 이 가방을 들어보니 이제 좀 일하는 사람처럼 보이겠다 싶었다. 다만 아이패드, 맥북, 스타일러스 펜, 카드지갑, 화장품(팩트, 립밤, 인공눈물)을 넣으면 가방 안이 꽉 찬다. 얇은 마우스를 산 건 좋은 선택인 듯 하다.



Samantha
Samantha 7년차 글쟁이. 경제지와 뉴미디어에서 기자로 일하다, 현재 IT 기업에서 인공지능 콘텐츠를 쓰고 있다. 취미로 생산성 앱을 활용한 글쓰기 프로세스를 연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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