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의지를 꺾어놓는 비관적인 말에 대해

영화 ‘스타 이즈 본’을 봤습니다. 최종 편집 단계에서 잘려 나간 씬이 상당히 많아 보입니다. 그래서 몇몇 장면은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고 따로 놀죠. 이걸 감안하시고 보면 좋을 듯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극 중 악역을 꼽으라고 한다면 전 앨리(레이디 가가)의 매니저라고 생각합니다.


잭슨(브래들리 쿠퍼)은 알콜중독자처럼 지냅니다. 어린 시절 자신에게 상처를 준 아버지로부터 큰 상처를 받은 게 영향을 미쳤죠. 잭슨 어머니는 잭슨 얼굴도 보지 못하고 출산 중에 사망합니다. 아버지란 사람은 자살 기도에 실패한 어린 잭슨의 얼굴에 상처가 나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무심하죠. 거기에다가 알콜 중독자였습니다. 이 늙은 아버지는 잭슨이 13살이 되는 해에 저세상으로 갑니다. 이처럼 어린 시절 제대로 된 돌봄과 애정을 받지 못한 잭슨은 술과 마약에 의존해 현실에 도피하는 데 익숙해져 버립니다.


술과 마약에 찌들어 살던 잭슨은 그래미 어워드에서 최고신인상을 받은 앨리가 소감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추태를 부리고 맙니다. 자신의 잘못을 안 잭슨은 알콜 및 약물 중독을 치료하는 곳에 자진해서 들어갑니다. 앨리와 함께 하기 위해서요. 앨리는 그런 잭슨을 원망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같이 해결해나가자고 말합니다.


문제의 상황은 바로 여기서 발생합니다. 막 치료소에서 나온 잭슨에게 매니저는 “우리, 네 뒤치닥꺼리 하느라 지쳤어. 네 아내라는 이유만으로 앨리는 놀림이 되고 있어. 앨리 가수 생활 끝날 뻔했어. 알어? 넌 어차피 또 술을 마실꺼야. 앨리 앞길 망치면 가만 안 둬(정확한 워딩은 아닙니다만, 대충 이런 뉘앙스였습니다)”라고 말했죠. 이 말을 들은 잭슨은 갱생에 대한 의지를 상실하고, 어렸을 때 시도했던 방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이 사랑하는 앨리와 함께 난관을 헤쳐나가려 하지 않고 자신의 목숨을 끊은 잭슨이 참으로 무책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영화를 보면서 생각을 달리해봤습니다. 앨리에게는 잭슨과 함께 앞으로의 난관을 헤쳐나갈 의지가 있었습니다. 잭슨 또한 사랑하는 앨리의 손을 잡고 나가려고 했죠. 부부인 두 사람 중 어느 한쪽이 먼저 손을 놓지 않는다면 분명 잭슨의 상황은 호전됐으리라 봅니다. 만약 잭슨이 또다시 알콜과 마약에 손을 대고 그로 인해 앨리가 피해를 받는다면, 그래서 앨리가 포기한다고 말한다면 잭슨은 자신으로 비롯된 이 상황을 수긍했겠죠.


그런데 그 어떠한 시도조차 해보기도 전에 매니저는 잭슨의 의지를 꺾어버립니다. “넌 어차피 해도 안 돼”로 말이죠. 무엇인가를 새롭게 해보려는 사람에게 이보다 더 잔인한 말이 또 있을까요? 잭슨은 앨리 곁에 있어봤자 쓸모가 있기는커녕, 방해만 되겠다는 결론을 내려버립니다.


여기까지 생각을 해보니 “넌 해봤자 안돼” “넌 어차피 거기까지야” “넌 아무것도 바꿀 수 없어”라고 내뱉는 말이 누군가에게는 큰 좌절감을 안겨줄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잭슨이 앨리에게 “넌 누구보다 예뻐. 넌 잘할 수 있어. 넌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노래를 잘 불러”라고 칭찬하며 앨리가 자신감을 회복했던 것처럼, 잭슨 또한 앨리와 함께 할 미래에 대한 격려를 받았더라면 어땠을까요? 저는 아마도 잭슨이 ‘앨리와 영원히 함께 하는 삶’을 선택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떻게 아냐고요? 한때 저도 저런 비슷한 말을 들었거든요. “걔(이수경)? 안돼”라는 말을 사석에서 서슴없이 했던 선배한테 받은 상처가 아직도 깊습니다. 그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귓가를 맴돕니다.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면서 치유를 했다고 해도, 가끔 그 사람이 했던 말에 사로잡혀 저 자신을 스스로 옭아맬 때도 많습니다. 죽을 생각까지 했던 건 아니지만 한때 너무 답답해서 제 가슴을 주먹으로 쳐도 응어리를 풀 수가 없었습니다. 상처는 아물어도 흉터는 남더라고요. 아마도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많은 이도 이런 누군가의 생각 없는 말과 행동에 상처받고 삶을 내려놓지는 않았을까요?


글이 길었습니다. 저의 요지는 이겁니다. 누군가가 힘들어하고 외로워할 때, “너만 외로운 거 아냐” “너만 힘든 거 아냐” “어차피 우린 해봤자 바닥이야”라는 비관적인 말보다는 “우리 모두 외롭지만 이렇게 서로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잖아. 너의 곁엔 내가 있어. 같이 힘내보자” “우리 모두 힘든 시대를 살고 있어. 그래도 같이 으샤으샤 하다 보면 어제보다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해보는 건 어떨까요? 누군가는 그 말 때문에 삶에 대한 의지를 다닐 수 있고, 잃어버린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누군가가 힘들어한다면, 면전에 두고 핀잔을 두는 대신, 서로 으샤으샤 하는 말을 해주기로 해요. 그게 진심이든, 아니든.




Samantha
Samantha 7년차 글쟁이. 경제지와 뉴미디어에서 기자로 일하다, 현재 IT 기업에서 인공지능 콘텐츠를 쓰고 있다. 취미로 생산성 앱을 활용한 글쓰기 프로세스를 연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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