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콜레트'와 '논-픽션'

매주 월요일마다 두산아트센터가 ‘아파트’를 주제로 한 기획 인문학 강좌를 듣고 있습니다. 지난 월요일에는 “아파트는 생활이다”라는 주제의 강연을 들었는데요, 강연자가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와우아파트가 무너진 이후 시범적으로 잘 지어낸 아파트라는 이름에서 붙여진 이름이다’라고 말하더라고요. 그렇게 강연 내용이 머릿속에서 잊혀지려던 찰나, 카카오맵 상에 노출된 시범아파트를 보면서 강연 내용을 다시금 연상했습니다. 역시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더니, 여의도가 달리 보이는 경험을 했죠.

제가 최근 본 영화 ‘콜레트’와 ‘논-픽션’은 바로 이 ‘경험한 만큼 보이는 세상’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경험이 없으면 그런 이야기는 절대 못써”라는 대사처럼, 두 사람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글을 쓴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여주인공 콜레트는 자신이 여자로서 경험한 세계를 책으로 써내 당대 여성에게 큰 환호를 받는 소설을 씁니다. 논픽션의 등장인물 중 하나인 작가는 자신의 연애 경험에 기반을 둔 (자전적) 소설을 쓰죠.

저는 비록 소설을 쓰는 사람은 아니지만, 자극을 기반으로 글 쓰는 활동은 좋아합니다. 업무 외 시간에 구태여 영화나 연극 등의 작품을 보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이유는 생각의 지평을 넓히고 감각적 자극을 획득하기 위함입니다. 책이나 뉴스의 한 구절, 영화 속 한 장면은 글 도입부로 활용하거나 글의 소재 또는 논거로 이용하죠.

한편, 두 작품 모두 ‘작가’를 캐릭터로 내세웠다는 점은 제게 또 다른 큰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콜레트는 자신의 남편의 도움을 받아 책을 출판하게 됐습니다. 책을 펴낸 과정(소설을 쓴 사람은 콜레트지만 작가로 이름을 올린 사람은 그녀의 남편)에서 이뤄진 잡음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습니다만, 남편과 콜레트가 나란히 앉아 문장을 고쳐 나간 장면이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더 나은 글을 쓰기 위해 머리를 맞대어 고민의 과정을 거듭하는 그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누구보다 잘 아니까요.

개인적으로는 나이가 들면서 다소 지루할 수도 있는 프랑스 영화를 즐길 수 있게 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물 간 대화에서 삶을 고찰하는 데 도움이 되는 문구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찾을 수 있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물론 소재(?)는 다소 자극적이지만 자극적인 소재를 보여주는 방식은 소박하니 제 성향에 잘 맞더라고요. 그리고 현대상을 잘 반영한 덕분인지 남의 집 일상을 여과 없이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세트 느낌이 나는 한국적 영화에서는 느끼지 못할 매력을 느꼈습니다.

논-픽션에서 인상 깊었던 한 구절로 이 글을 마무리해봅니다. “끌려가지 말고 (너가) 원하는 변화를 선택해”



Samantha
Samantha 7년차 글쟁이. 경제지와 뉴미디어에서 기자로 일하다, 현재 IT 기업에서 인공지능 콘텐츠를 쓰고 있다. 취미로 생산성 앱을 활용한 글쓰기 프로세스를 연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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