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주제로 한 뉴스레터 (사이드) 프로젝트

0.회사에서는 여러 이해관계자로부터 여러 차례 승인 또는 검토를 받으며 글을 쓴다. 회사가 만든 성과인 만큼, 무엇보다 이를 정확하게 쓰는 게 매우 중요해서다. 더 나은 글을 쓰기 위한 필수 불가결한 요소임을 알기에 피드백 받는 걸 대단히 즐긴다.


1.다만, 탁상공론을 펼치다가 제대로 실행조차 해보지 못해본 어떤 일에서는 회의를 품을 때도 많다. 아주 과거의 사례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1)몇해 전, 빅데이터 기사 관련 기사를 쓰라는 지시를 받았다. 처음에는 빅데이터를 잘 활용하는 개인과 스타트업 사례를 취재하는 기획안을 작성했다. 그랬더니, 이게 아니라 ‘금융 빅데이터’로 준비해오란다. 애초에 금융부로 갔던 아이템이 산업부와 엮이면서 주제가 애매해진 탓이 컸다. 아이티 산업을 맡고 있던 나는 관련 주제로 기획안을 재작성했는데, 다 별로란다.

(2)그러다가 의료 빅데이터 시장을 제안했더니, 그거 괜찮다면서 진행해보자고 했다. 이 주제로 기획안을 작성했더니, 다시 마음에 안 드신다고 한다. 빅데이터 포럼과 스터디까지 참석해가면서 새로운 주제를 계속 잡았다. 학술적 내용이 많아서 별로란다. ㅜㅜ

(3)그러다가 윗선에서 ‘넷플릭스가 빅데이터를 이용해 영화를 만들었다’는 이야길 꺼냈다.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기업의 사례를 현장 취재할 수 있는 기획안을 작성해오라고 했다.

(4)그래서 당시에 에버노트를 포함한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의 기업 목록과 일정을 확인해 기획안을 새로 작성했다. 이게 11차 버전이다. 그러다가 오후에는 “굳이 해외까지 갈 필요가 있겠냐”면서 서면 인터뷰로 제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렇게 결국에는 ‘퍼스널 빅데이터의 시대’라는 좁혀진 주제로 13차 최종 기획안을 작성하고, 데이터를 잘 활용하는 개인의 사례 기반 기사를 써서 냈다. 결론은, 다시 처음 기획안으로 돌아갔다는 거다.


2.불과 한 달 반 사이에 이 모든 일이 일어났다. 정말 심리적으로 괴로웠던 시기였다. 기사를 써야 기자로 인정받는 곳에서, 기획안을 새로 작업하는 일로 기사를 제대로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획안을 힘들여서 작성하기 전에 컨셉과 주제가 명확하게만 잡혔어도 다른 주제의 기획안을 열댓 번 넘게 다시 쓰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3.물론 이런 말은 현재 직장에서 글 쓰는 일이 힘들거나, 혹은 불만이 있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컨셉과 주제를 나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실행하려는 포부를 밝히기 위한 서론이었다.


4.회사에서는 어떤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실행하기까지 수주 또는 수개월이 걸린다. 사이드 프로젝트에서는 하고자 하는 일을 바로 실행해볼 수 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전략을 세우고, 그다음 날 바로 실행해볼 수 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또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런 진귀한 경험은 회사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하는 데 되려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5.나는 슬퍼도 글을 쓰고, 화나도 글을 쓰고, 기뻐도 글을 쓰고, 쉴 때도 글을 쓴다. 누구에게는 일이지만 내게는 놀이다. 취미다. 힐링이다. 좀 더 규칙적으로 글 쓰는 습관을 들이고 싶어서, 그리고 재미있게 쓰고 싶어서,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싶어서, 내년도부터는 뉴스레터를 발행해보고자 한다. 당연히 ‘글쓰기’가 주제다. 아마 보고, 듣고, 생각하고, 쏘는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 전반을 다룰 거 같다.


6.브런치나, 인스타그램이나, 뉴스레터나 내게는 그냥 모두 콘텐츠를 퍼블리싱하는 플랫폼일 뿐이다. 독자는 좋은 콘텐츠를 알아볼 눈을 가지고 있다. 좋은 콘텐츠를 꾸준히 쓰다보면 뉴스레터는 알아서 잘 될 거라 생각하는 이유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미래를 바꾼다고 하니, 한번 잘 써봐야겠다.


7.”당락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글을 명확하게 쓸 줄 아느냐다. 글의 명확성이 곧 사고의 명확성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굳게 믿는다. 디지털 시대가 발전하면 할수록 글을 쓰는 사람이 기회를 얻게될 것이다. 오늘날 큰 성공을 거두는 사람들 모두는 말하기와 글쓰기에 탁월한 실력을 갖추고 있음을 우리는 어렵잖게 발견한다. 바야흐로 그 어느 때 보다도 글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설득하고, 변화시키는 때가 왔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미래를 얻게 될 것이다.” - 매트 뮤렌웨그 Matt Mullenweg 워드프레스 개발, Automatic사 CEO <타이탄의 도구들, 팀페리스 저/박선령, 정지현 역>



Samantha
Samantha 7년차 글쟁이. 경제지와 뉴미디어에서 기자로 일하다, 현재 IT 기업에서 인공지능 콘텐츠를 쓰고 있다. 취미로 생산성 앱을 활용한 글쓰기 프로세스를 연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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