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 것

0.글을 쓸 때 유독 ‘싫어하는 표현’이 하나 있다. “것”이 바로 오늘의 주제다.


1.한국에서는 what 구문을 “~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이런 식으로 영어 문장을 번역해왔던 탓인지, 곳곳의 한글 문서에는 “~하는 것이, “~하는 것을”이라고 표현된 문장이 상당히 많다. 물론 국립국어원에서는 “것(거)” 모두 표준어로 인정한다. 하지만 이는 “것”으로 점철된 문장이 읽기 쉽다는 방증이 되지는 않는다. 그냥 뭐랄까, 그냥 (내) 말문을 턱 막히게 한다. 다음 예문처럼.

“아버지는 간직하고 있는 것 중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어머니에게 주기로 한 것입니다.” “아버지는 간직하고 있는 것 중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어머니에게 주기로 한 것입니다.”

[정혁준의 비즈니스 글쓰기]‘것’을 줄여 써라


2.좀 더 간결하면서도 의미를 분명하게 전달할 방법이 있다면, 작가는 이를 반드시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생각나는 대로 문장을 대충 만들어서 출고하는 일처럼 무책임한 행동도 없다.


3.그래서 다른 건 현실과 타협할지라도 “것”을 쓰지 않고자 의식적인 노력을 다하는 편이다. 물론 초고에는 습관처럼 썼던 표현이다. 아래는 바로 그 예다.

  • 인코더와 디코더쌍을 추가해 이를 약간 훈련시키는 것만으로도 ~
  • ~ 모델에 비견되는 성능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 데이터 불균형이 이 현상의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4.첫번째는 “이를 약간 훈련만 해도”로도 충분하다. 두번째는 “성능을 달성한 거로 보인다”, 세번째는 “이 현상의 원인으로 보인다”로 바꿔서 쓸 수 있다. 그 결과, 이번 주에 발행한 글 본문에서는 “것”을 쓴 곳이 한 군데도 없다.

작업한 글


5.보통은 “것”을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고쳐 쓴다.

(1)”것”은 어떤 대상을 추상적으로 이를 때 쓰는 표현이기는 하다. 하지만 되도록이면 이보다는 구체적인 단어 또는 표현을 명시한다. 전달하려는 바가 훨씬 더 간결하고 정확해진다.

(2)아무리 피하려고 해도 “~는/을 것”을 회피할 방법은 없다. 확신, 결정, 추측, 주관적 소신을 나타낼 때 쓸 수 있는 표현이라서다. 대신 구어체 버전인 ‘~거로’로 쓴다. 문장의 가독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봐서다.

이를 다시 학습에 사용한다는 특성 때문에 역번역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으로 보인다. ⇒ 이를 다시 학습에 사용한다는 특성 때문에 역번역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거로 보인다.


6.아마도 “것”이라는 표현이 정말로 싫은 까닭은, “내가 보이차를 좋아하게 된 것은 옆집에 사는 메리 때문이다”든가, “나는 침대 위에 누워서 넷플릭스를 보는 것이 좋습니다”든지, “나는 꽃을 바라보며 음악을 듣는 것을 추천합니다”라는 식의 표현에 질려서 그런듯하다. 내 글을 읽는 독자는 이런 감정을 느끼지 않으면서 좀 더 읽기 쉬운 글, 간결한 글을 봤으면 좋겠다.




Samantha
Samantha 7년차 글쟁이. 경제지와 뉴미디어에서 기자로 일하다, 현재 IT 기업에서 인공지능 콘텐츠를 쓰고 있다. 취미로 생산성 앱을 활용한 글쓰기 프로세스를 연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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