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족한 문장은 반드시 발견된다

0.과거 매체에서 기자로 일을 했을 때, 내 글을 읽는 사람은 (사수 선배) - 팀장 선배 - 부장 - 데스크 순이었다. 글을 읽는 모든 내부 사람의 명시적 동의가 있어야만 기사를 출고할 수 있었다. 포털과 게임과 같은 아이티 산업에 빠삭한 팀장 선배가 기사 아이템의 타당성이나 적합성을 판단한다. 그래서 시류에 적합하지 않거나, 논리가 지나치게 비약적이거나, 기사 벨류가 떨어져서 재검토가 필요한 기사는 팀장 선배 또는 부장이 검토한다. 최종 검토를 마친 데스크가 기사를 출고한다. 이러면 제휴처에서 이 기사를 볼 수 있게 된다.


1.글 쓰는 데 집중하다 보면 매일 반복해서 수정하던 문장의 어색한 부분을 찾아내기가 쉽지가 않다. 이럴 때 내부 독자인 선배의 피드백은 작가에게 글을 새롭게 볼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해준다. 단순한 오타나 띄어쓰기 오류, 비문을 재점검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런 이유로 위에서 말한 대로 몇 단계에 걸쳐서 글을 사전 검토하는 시스템은 글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2.다행히 현재 회사에서도 이런 시스템을 구축해놨다. 논문을 저술한 연구원 또는 모델 엔지니어링을 담당한 엔지니어와 함께 공동 작업을 진행한다. 글을 가장 먼저 최종 검토하는 이도 바로 이들이다. 그다음, 리서처/엔지니어가 소속된 상위 조직장이 감수를 담당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어떻게 보면 회사에 소속돼 글을 쓰는 사람은 내부 독자가 품는 모든 의문을 해소할 의무를 갖추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3.다시 기자 시절로 돌아가, 부장은 기사를 보다가 이해가 안 되는 내용이 있을 때면 메신저를 보내곤 했다. “전화 좀 주라”. 전화로 설명하고 난 뒤, 직접 기사를 고치거나 혹은 부장이 직접 기사를 고쳐 썼다. 선배는 출고된 기사에서 어떤 부분이 어떻게 고쳐졌는지를 봐야 하루라도 빨리 기사다운 기사를 쓸 수 있다고 충고했다. 다만 핑계를 대자면, 하루 취재하고 하루 발제해서 기사를 쓰던 상황에서 고쳐진 기사까지 다시 볼 여유가 없어서 발행된 모든 기사를 모두 모니터링할 수는 없었다.


4.다행히도 회사의 연구 및 개발 성과를 전달하는 글쓰기를 하면서부터는 그리고 상대적으로 좀 더 긴 호흡으로 글을 쓰게 되면서,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를 이제는 알게 됐다. 아직은 뭔가 2% 부족한데 내가 목표로 한 날짜로 글을 퍼블리싱하기로 했으니까 여기서 만족하고 컨펌 요청을 하자’ 싶으면, 반드시 ‘2% 부족한 문단(문장)’이 잘 이해가 안 된다는 피드백을 줬던 거다.


5.나는 대상을 온전히 이해해야 내 색깔을 담은 글을 쓸 수 있다. 그래서 대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엔지니어/리서처가 쓴 표현 그대로를 살릴지만 궁리한다. 피드백 내용을 보면, 신기하게도 내 방식대로 제대로 해석하지 못했거나, 충분히 생각하지 않고 쓴 문장만 문장 언급이 유독 많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지마는,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마무리 단계에서 꼭 이런 실수가 들통난다.


6.오늘은 감수를 맡은 조직장과 전화로 글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다. 지난 작업 내역을 살펴보니, 이런저런 질문을 통해 글 작성에 필요한 내용을 충분하게 끌어내지 못해서 아쉬웠던 부분 부분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연구자와 질답을 편하게 주고받지 못하는 상황이 이유라면 이유라고 볼 수 있겠지만, 온라인 미팅으로도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를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은 부분이 나의 실책이었다. 물론 결국 이 또한 검토자에게는 영락없이 빈틈으로 들통나버렸다. 글을 잘 쓰는 척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므로 매번 글을 잘 써내야만 한다는 사실을 늘 깨우친다.


7.”어려운 거 잘 알지만, 그래도 이왕 외부로 나가는 글이니, 우리 연구가 좀 더 정확하게, 잘 소개됐으면 좋겠어요”라는 말을 들으며, 회사의 연구 및 개발 성과를 알리는 콘텐츠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더 적극적인 액션을 취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작업한 글 : EMNLP 2020 - 다국어 번역 논문 2편을 소개합니다.



Samantha
Samantha 7년차 글쟁이. 경제지와 뉴미디어에서 기자로 일하다, 현재 IT 기업에서 인공지능 콘텐츠를 쓰고 있다. 취미로 생산성 앱을 활용한 글쓰기 프로세스를 연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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