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쓰기를 시작하게 된 이유

0.”왜 개요(아웃라인)를 작성하기 시작했습니까?”를 설명하는, 매우 뻔한 레파토리가 하나 있다.


1.예전에 경제지에서 기자 생활을 잠깐 했을 때, 회사에서 요구하는 기사 분량은 대략 1천자에서 2천자 내외였다. 특정 사안에 대한 배경 및 해석을 뺀, 매우 담백하게 사건 전달에 필요한 핵심적인 문장으로만 구성된 글을 쓰기엔 가장 적합한 분량이다. 하지만 1)특정 사안을 해석하거나, 2)경험적 판단을 설명하거나, 3)특정 자료를 소개하거나 등 여러가지 이유로 2,500자가 넘는 기사를 쓰기 일쑤였다.


2.경제지에서는 HTS, 그러니까 주식 매매 프로그램에서 많이 볼법한 기업 매출과 주가를 분석하거나 새로운 소식을 누구보다 빠르게 쓰는 사람이 ‘좋은 기자’였다. 그런 잣대를 놓고 봤을 때 나는 결코 회사에서 이런 평가를 받기가 어려웠다. 아이티 산업의 현장 취재를 좋아라하던 부장이 다른 부서로 가버리고 새로운 부장이 오게 되면서, 회사에서 더욱 입지를 다져나가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지 않다는 오랜 생각을 거듭한 끝에, 아웃스탠딩으로 이직했다.


3.중학교 3학년 담임 선생님이 담당했던 교과목이 ‘국어’였다. 1년간 홀로 짝사랑한 선생님의 눈에 띄고 싶어서 방과후 수업(정확히는 잘 기억이 안난다)으로 논술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그때 선생님이 “서론-본론-결론 형태의 개요를 쓰고 나야 논술문을 잘 쓸 수 있다”고 가르쳐 주신 적이 있는데, 그땐 “글쓰기도 모자른 시간에 왜 이런 쓸데없는 걸 해야 하지?”싶은 의문을 가졌다. 이랬던 내가 2017년부터 4년 째 업무적으로 글을 써야만 하는 상황에서는 반드시 개요부터 쓰는 습관을 들이기 시작한 건 바로 아웃스탠딩에서부터다.


4.아웃스탠딩에서 썼던 글, 그리고 경제지에서 썼던 글을 평균산술 해보니까, 경제지에서는 주당 평균 8,867자의 글을, 아웃스탠딩에서는 주당 평균 24,356자의 글을 썼다. (아웃스탠딩 1주 3편, 경제지 1주 5편 작성 시 기준). 그러니까 같은 시간을 투입해서 3배 더 많은 분량의 글을 써내야만 했다.


5.내가 생각하는 개요쓰기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1)내가 쓰고자 하는 글의 논리적인 허점을 파악하고 이를 보완하는 리서치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2)논리를 전개하는 방식과 결론을 미리 짓고 글쓰기 작업을 시작하면 방향성을 잃을 확률을 낮출 수 있다.


6.이번 작업에서는 리서치 단계에서부터 꼼꼼하게 작성된 연구원의 답변지를 받았다. 덕분에 처음 개요와 현재 퍼블리싱된 글 간의 논리적 격차가 거의 없다. 또한 1-4교에서 단순히 표현의 정제 작업만 진행하면 충분할 정도로 작업이 매우 효율적으로 착착 진행됐다. 보람찬 프로젝트였다.

작업한 글 : 지식그래프에서 경로를 탐색하는 모델 AttnIO를 소개합니다




Samantha
Samantha 7년차 글쟁이. 경제지와 뉴미디어에서 기자로 일하다, 현재 IT 기업에서 인공지능 콘텐츠를 쓰고 있다. 취미로 생산성 앱을 활용한 글쓰기 프로세스를 연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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