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 고쳐쓰기2

1.어제 논문을 간단하게 소개하는 글 작성을 마무리했다. 담당 엔지니어로부터 종합 의견을 주고받는 시간이 있었는데, 한 문장이 1)바로 앞 문장과 의미가 중복되며, 2)자칫 모델을 여러 개 제안했다는 뉘앙스를 풍긴다며 다음 같은 의미가 반영된 문장이 새로 작성됐으면 좋겠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해당 모델은 메모리 효율성과 속도 측면에서 customize 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이퍼 파라미터를 조정할 수 있는데, 논문에서는 크게 3가지 버전으로 나누어 세부 모델들을 실험했습니다.


2.첫 번째 절은 언뜻 “제3의 개발자가 자기가 원하는 메모리 사용량과 합성 속도를 커스텀화하면 거기에 맞춰서 하이퍼마라미터가 자동으로 조절된다”로 보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경험을 토대로, “메모리 사용량과 합성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하이퍼파라미터의 조합을 열심히 찾았다”로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절은 선행 기술과 비교해 경쟁적인 성과를 낸 모델에 쓰인 3가지 버전의 초매개변수의 조합을 가리켰다.


3.두 절을 해석한 의미를 잘 합쳐서 다음과 같은 문장을 새로 만들었다. 새로 작성한 문장을 공유했더니 “역시 (글쓰기) 전문가가 글을 써야 하는 것 같다”는 칭찬 아닌 칭찬을 들었다.

⇒AI Lab은 메모리 효율성과 속도와 관련된 초매개변수(hyperparameter)를 조정하고, 이 값을 조합한 3가지 버전의 세부 모델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001

작업한 글 : HiFi-GAN: 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s for Efficient and High Fidelity Speech Synthesis


4.이처럼 엔지니어 또는 리서처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명확하게, 그리고 간결하게 만들고 이를 외부에 전달하는 일을 하는 일 자체가 정말 재밌고 신이 난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내 안에 딥러닝 관련 경험적 지식이 조금씩 더 많이 축적되고 있음을 느낀다. 주어진 문장을 분해하거나 해석이 안되는 문장 이해에 도움이 되는 질문을 생성하는 일처럼, 조금씩 더 요령을 배워가고 있어서다.


5.글을 쓸 때면 매번 그런 상상도 해본다. 정말 글을 잘 쓰는 사람이 편집자로 온다면 그의 업무 역량은 어떤 식으로 발휘할지를 말이다. 하지만 예전에도 느꼈지만 어떤 대상이 목적인지 혹은 수단인지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으면 명확한 문장 성분을 붙일 수가 없다. 아울러 어떤 사안의 배경, 문제, 원인, 결과, 대안 등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다면 문장을 새로 고쳐서 쓰는 데도 한계가 있다.


6.그래서 글 쓰는 일에서는 테크닉적인 부분보다는 대상에 대한 앎의 깊이가 더 중요하다고, 늘 생각한다. 이를테면 이런 거다. 한 번도 사랑에 빠져보지 않은 사람이 사랑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할 수 없는 노릇인 셈이다. 사랑에 관한 훌륭한 책과 기사를 읽는다고 해서 진정한 사랑을 안다고 할 수조차 없다. 여기서 사랑을 인공지능 또는 기술로 치환해봐도 말은 통한다.




Samantha
Samantha 7년차 글쟁이. 경제지와 뉴미디어에서 기자로 일하다, 현재 IT 기업에서 인공지능 콘텐츠를 쓰고 있다. 취미로 생산성 앱을 활용한 글쓰기 프로세스를 연구한다.
comments powered by Disq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