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콘텐츠 기획하기
1.오늘 오후 공유한 if Kakao 세션인 ‘무인 상점 개발기’ 발표에서 발표 콘텐츠 기획을 맡았다. “아직 아무런 발표 준비를 하지 않으셨다면 업무 서포트를 해드려도 될까요?”라는 제안을 먼저 했고, 다섯 명의 엔지니어가 이를 흔쾌히 허락해준 덕분에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
2.수습기자 시절에 카카오가 진행하는 미디어 행사를 참가한 적이 있다(이 내용은 당시 이미 수많은 매체를 통해 보도됐다). 수많은 부사장이 나와서 발표를 하는데 도무지 내용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메시지의 핵심이 전혀 보이지 않아서다. 도대체 이 이야길 왜 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앞으로 뭘 하겠다는 건지도 잘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다 한 부사장의 발표가 눈에 들어왔다. 제목과 소제목만 봐도 오늘 발표자가 무슨 내용을 전달하고자 하는지 한눈에 들어왔다.
(1)포털이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2)포털 성장을 견인한 요소로는 4가지다.
→1)뉴스 2)미디어 콘텐츠 클러스터 3)특허 받은 자동요약 기술 4)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 활약
(3)2017년 포털의 도약을 위한 주요 전략은 5가지다.
→1)다음 앱 개편 2)다음 첫 화면 개편 3) 동영상 4) 콘텐츠 분석 기술 5) 다음 포털-카카오톡 연결
3.아마도 추정컨대 발표 장표부터 만드는 대신, 콘텐츠 얼개(개요)를 짜는 일부터 했기에 만들 수 있었던 결과물일 거로 추측한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글을 쓸 때 충분한 리서치를 거쳐서 개요를 쓴 후, 텍스트 콘텐츠를 작성하는 프로세스를 발표 콘텐츠를 만드는 데에도 적용해보자” 싶었다.
4.사실 이는 지난 2017년에 시도한 바 있다. 아웃스탠딩 토크콘서트 발표를 준비할 때 텍스트 기사를 준비하듯이 개요와 스크립트 초안을 먼저 작성했다. 그리고 초안을 토대로 발표 장표 디자인을 했었다. 이 과정에서 확신한 부분은, 1)발표 장표는 텍스트를 시각화한 수단이며 2)텍스트는 완성도 높은 발표 장표를 위한 일종의 시나리오 역할을 한다는 거다. 영상물의 대표 주자인 영화조차 시나리오로부터 시작한다.
5.작업은 이렇게 진행했다.
(1)개발 프로젝트 리더와 발표자로 나서는 두 분을 만나 컨셉과 작업 방식, 그리고 향후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2)개발자로부터 받은 초안을 바탕으로 질문지를 작성, 답변을 받는다. 계속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스토리 얼개와 내용을 보완해나간다. 이 스토리 얼개를 바탕으로 슬라이드에 스케치도 함께 그린다.
(3)확정된 스토리보드 안을 토대로 스크립트와 장표를 만든다. 표현을 다듬고 분량을 조절한다. 시각적 요소의 통일성을 유지하도록 작업물을 보수한다.
(4)3번의 스크립트는 발표자인 언어로 재정의한다.
(5)완성된 장표와 스크립트를 가지고 리허설을 진행한다.
6.개인적으로 마지막 리허설 작업에서 생각보다 큰 재미와 보람을 느꼈다. 발표자로 몇 번 나서봐서 아는 경험인데, 혼자서는 발표 연습을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실전처럼 내 발표를 들어줄 사람, 그리고 제한된 시간 등을 제어하지 못해서다. “리허설 2회를 진행하겠다”라는 말에 호응해준 두 발표자에게 감사하다.
7.또 하나,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쓰이는 용어나 표현을 굳지 정제하지 않아도 되어서 좋았다. 위 5번의 (4)가 바로 그 단계였다. 사실 지금도 multi-view geometry와 시스템 통합 방식은 잘 모르겠다. 이번 작업에서는 한 편의 논리적인 글을 쓰는 데 필요한 기술의 이해가 아닌, 1)콘텐츠를 구성하는 각 부분 요소의 균형 맞추기, 2)주어진 분량의 발표 만들기, 3)발표에 필요한 내용과 필요하지 않은 내용 섞기 등의 좀 더 콘텐츠 창작자 본연의 작업에 좀 더 집중했기 때문이다.
8.또 기회가 된다면 이런 식으로 텍스트를 넘어선 다양한 포맷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참여해보고 싶다. 물론 4번에서 말했듯이, 모든 작업은 ‘텍스트’로부터 시작한다. 그래서 더더욱 텍스트를 잘 만드는 사람이 먼저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