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나의 워크플레이스

1.글 쓰는 게 일의 시작과 끝인 상황에서 워크플레이스는 일의 단위를 콘텐츠와 태스크로만 구분해도 충분했다.


(1)콘텐츠

말 그대로 한 개의 글을 의미한다. 한 개의 글을 쓰는 데는 대개 40시간에서 55시간 사이의 시간이 투입된다. 하루에 8시간씩 시간을 투자한다고 가정한다면, 최소 5일에서 최대 7일 안에 글 하나가 나온다고 가정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의 뇌 구조상 8시간을 온전히 글쓰기 작업에 투입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한, 중간에 연구원 또는 엔지니어에게 피드백을 받는 시간도 따로 계산해야 한다. 그 결과, 단순히 처음 작업 착수일과 작업 종료일을 따지면 2~3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 이처럼 오랜 기간 ‘진행중’이라는 점에서 지금까지는 콘텐츠 작업을 프로젝트라 불렀다.


(2)태스크

단 몇 시간 투입해서 해결할 수 있는 최소 작업의 단위다. 글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수행하는 태스크의 종류로는 1)컨택 2)리서치 3)미팅(킥오프-중간-파이널-회고) 4)개요 5)작성 6)시각화 7)감수/검수 8)업로드가 있다. 이 태스크를 하나씩 처리하듯이 일을 진행하다 보면, 어느새 글이 하나 완성된다.

글쓰기 업무를 작은 태스크 단위로 나눈 이유가 있다. 엔지니어, 리서처의 개발 및 연구, 또는 논문 작업 일정에 우선순위를 부여하다 보면 (여러 번 말했고, 역시 앞에서도 말했지만) 한 콘텐츠 작업에 피드백 받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린다. 그래서 글 하나만 붙잡고 있으면, 말 그대로 ‘손만 빨고(아무 일도 없이 쉬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여러 개의 콘텐츠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되, 더 작은 작업 단위인 태스크로 분할해 이에 한 콘텐츠 태스크의 회신을 기다리는 동안 다른 콘텐츠의 태스크를 진행해 왔다.

한 책에서는 작업을 작은 단위로 나누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덩어리로 나누는 것은 우리 삶에서 중요한 두 가지 기능을 지지해준다. 첫째, 명확하게 구별되는 과제를 줌으로써 대규모 프로젝트를 실행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둘째, 분명하게 정의된 시작과 끝으로 프로젝트를 분할해주기 때문에 인생의 경험을 기억하기 쉽게 해준다. 이것은 다시 기억이 관리 가능한 단위로 저장되고 검색될 수 있게 만든다.

<정리하는 뇌, 대니얼 j.레비틴 저/김성훈 역>


2.이게 지금까지의 작업 방식이었다. 바로 밑의 참고 이미지가 대표적으로 잘 작성된 콘텐츠 업무 노트다. 쓰고 싶은 글의 주제와 작업에 활용하는 개별 서비스의 워크플레이스(폴더, 또는 논의 쓰레드, 노트) 링크도 연결해 붙였다. 그리고 콘텐츠 하나의 작업에 따르는 태스크도 모아서 볼 수 있도록 했다.

작업한 글 : 카카오 i 번역 성능 향상 실험 : 대규모 말뭉치를 활용한 사전학습


3.회사에서 쓰는 글의 주제는 이미 완벽하게 정해진 편이었다. 학회나 저널에 게재 승인 난 연구 논문의 내용 또는 자사 서비스에 적용한 기술 사례를 소개하는 일이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언론사에서와는 달리, 인공지능 커뮤니티에서 뜨겁게 다뤄지는 인문학적, 윤리적 이슈를 글로 다루는 건 회사가 내게 기대하는 역할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4.그런데 2020년 12월, 글쓰기 이외의 업무가 부여되면서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 새롭게 하고 싶고, 또 회사에서도 기대하는 역할 중 하나가 바로 ‘운영’ 쪽 일이었다. 물론 내 전문 분야에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경험도 해보고 싶다는 의지도 있었다. 어쨌든 이 운영과 기획은 콘텐츠를 쓰는 일과는 다른 결의 일이었다.

(1)콘텐츠는 가장 먼저 작업을 구분하는 유효한 단위가 되지 못했다. 기획 또는 운영 프로젝트의 산출물이 더는 ‘글’이 아니기 때문이다.

(2)프로젝트 기획 및 운영을 위해서는 외부 사례 리서치도 해야 한다. 아울러, 영감이 될만한 자료도 따로 모아볼 수 있는, 그러니까 일종의 무드보드 섹션도 따로 운영할 필요가 있었다.

(3)글의 방향성과 내용은 담당 개발자 또는 연구원과 정하면 되는 일이었다. 대개 1:1 또는 2:1 커뮤니케이션이 주를 이루기도 했고, 최대 3개월 내로 종료되는 프로젝트라서 결정된 사항은 회의록만 잘 기록하면 됐다. 하지만 어떤 일을 기획-실행-반영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운영/기획 프로젝트에서는 왜 그런 의사결정을 했는지 따로 기록해둘 필요가 있었다.

(4)마찬가지 이유로, 어떤 자료를 리서치해서 봤는지도 따로 기록해 둘 필요가 있었다.


5.그렇게 해서 12월 초·중순부터 약 한 달간 워크플레이스 대대적인 개편에 큰 힘을 썼다. 대외비가 포함돼 있어서 실제 회사에서 쓰는 워크플레이스를 공개하기는 어렵다. 대신 샘플 워크플레이스를 만들고 해당 화면을 캡처했다. 대강의 구성 방식은 다음과 같다.


6.내게 주어진 업무에 따라 워크플레이스는 계속 변화, 진화해야 한다고 본다. 조금은 귀찮고 힘든 일이긴 해도, 워크플레이스 한번 잘 만들어 놓으면 매년 말 또는 매년 초에 이뤄지는 개인 평가지를 작성할 때도 큰 도움이 된다. 이 부분을 포함해, 워크플레이스를 구성하는 방법은 조만간 외부 기고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7.그리고 원래 사람은 자신만의 기록 체계를 전 인생에 걸쳐서 업데이트해나간다고 한다. 전혀 이상한 게 아니다. (아래 발췌 내용은 맞춤법 표기법에 따라 또는 좀 더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수정했다)

  • 인생에는 시기별 단락이 있듯이 노트에도 진화시킬 시기가 있다. 초등학생이 되면 그전까지 썼던 낙서장이 학습장으로 바뀌고, 중학생이 되면 가로세로선이 들어간 노트로 바뀌는 것이 일반적이다.
  • 대개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신체에 변화가 생기고 두뇌 활동도 활발해지기 마련인데, 이때마다 노트를 진화시켜보자. 선생님의 판서를 그대로 베껴 쓰기만 한 노트에서 벗어나 스스로 생각하는 노트, 곧 모눈노트로 바꾸어보자.
  • 자의식이 싹트며 자신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는 이 시기에는 미래를 자신의 손으로 이루기 위한 학력을 쌓게 된다. 그 시기를 놓치지 말고 능력을 끌어내는 노트를 사용해보자.
  •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20대 중반에는 버리는 노트, 곧 업무 노트로 진화시켜야 한다. 사회인으로서 절정을 이루는 30대에는 노트를 프레젠테이션 노트, 곧 승부 노트로 진화시켜야 한다. 이렇게 인생의 단락마다 노트를 바꿔나가서 더욱더 알찬 인생으로 만들어가자.

<모눈노트 공부법 - 메모하는 순간 머릿속에 기억되는, 다카하시 마사후미 저/홍성민 옮김>



Samantha
Samantha 7년차 글쟁이. 경제지와 뉴미디어에서 기자로 일하다, 현재 IT 기업에서 인공지능 콘텐츠를 쓰고 있다. 취미로 생산성 앱을 활용한 글쓰기 프로세스를 연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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