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커뮤니케이터가 필요한 이유

1.작가가 글을 쓸 때 보면 정작 글을 쓰는 시간보다 글감을 준비하는 데 정말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인다. 예전에 언론 보도를 위한 자료의 기초가 되는 팩트 시트를 만드는 데 정말 많은 공을 들였던 게 문득 생각난다.

(1)보도자료를 쓰는 게 홍보팀의 역할이라고 해도 보도자료에 쓸 아이템과 상세 내용은 현업 부서에서 최대한 준비해줘야 한다. 기관 담당자랑 더블 체크하면서 각 교수님의 연구실이 진행한 연구 제목과 그 내용이 바르게 쓰였는지, 논문 수는 제대로 기재됐는지, 논문 저자 이름과 기관명이 제대로 표기됐는지는 물론, 리더 멘트 한 줄을 받아서 기똥차고 맛깔나게 변환하는 일(보도자료에 흔히 쓰는 표현으로) 모두 나의 몫이었다.

(2)기자로 불리던 기간보다 “사만다”로 더 오래 일해왔지마는, 그래도 글쓰는 재주로 밥벌이를 해온 만큼 팩트 조사를 한 본인이 프로그램 의도와 취지, 그리고 내세울 만한 성과를 앞세워서 보고자료를 더 잘 쓸 자신도 있었다. 하지만 회사에는 각자가 주어진 역할과 몫이 있고, 그에 따라 부서와 팀이 나뉘어 있다. 누가 보면 기자 응대에 무슨 전문성이 필요하냐며 의구심을 가질 수는 있어도, 서로 다른 수많은 매체의, 제각기 다른 출입처를 가진 기자를 상대하는 데에는 생각보다 큰 노동력과 전문성이 요구된다. 그렇기에 타인이 전문을 발휘할 영역임을 인정하고 내가 해야 할 역할에만 충실히 했다.


2.이런 측면 때문에 기술/연구 조직의 성과는 상대적으로 대외에 잘 알려지지 않는 듯하다. 기술팀에서는 팩트 시트를 따로 만들 여력이 없고, 기술 백그라운드를 갖추지 않은(대중을 상대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펼치는 데 특화된 전문성을 갖춘 이들에게 요구할 역할은 아니라고 본다) 홍보팀은 메시징 포인트를 잡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서 이 두 팀 사이를 연결해 줄 사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3.기술팀이 준 팩트 시트를 해석하진 못해도 어떻게 질문을 해야 메시징 포인트를 잡을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 사실 좋은 질문을 하려면 그만큼 어느 정도 배경지식은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더더욱 글쓰기를 포기할 수가 없다. 백날 법정물 영상을 본다고 변호사가 되는 게 아니듯이, 인공지능 기사와 논문, 산업에 종사한다고 한들 관련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들 수는 없다. 읽고 이해하고 들은 걸 글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내재화된 지식이 기술 분야 커뮤니케이션에서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거다.


4.내가 ‘테크 커뮤니케이터’라는 역할로 회사에 기여할 부분이 많다고 판단한 근거가 바로 여기에 있다.



Samantha
Samantha 7년차 글쟁이. 경제지와 뉴미디어에서 기자로 일하다, 현재 IT 기업에서 인공지능 콘텐츠를 쓰고 있다. 취미로 생산성 앱을 활용한 글쓰기 프로세스를 연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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