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히든피겨스' 리뷰

오늘 저녁 퇴근 후 영화 ‘히든피겨스’를 봤습니다. 1961년 미국 NASA에서 일어난 흑인, 그리고 여성에 대한 차별을 장면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 세 여주인공은 보란 듯이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으며 NASA에서 자기가 해내야 할 몫 이상을 해내며 그 업적을 인정받습니다.

‘(흑인) 여성 최초’라는 타이틀을 획득한 이들은 아마도 우주 탐험을 꿈꾸던 어린 소녀에게 꿈의 길라잡이가 되어줬을 거로 생각합니다. 그런 이유로 ‘최초’라는 기록은 정말 중요한 듯합니다. 그동안 만연했던 금기나 차별이나 한계를 깨부숴버리니까요.

문득 어렸을 때 수십 번 읽었던 위인 책 속 주인공 ‘퀴리 부인’이 생각났습니다. 50권의 위인을 다룬 전집에서 유일한 여성이었을 정도로 시대를 이끈 여성 인물에 대한 이야기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유명한 여성 과학자나 여성 공학자도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물론 이전보다 많은 여성이 사회에 진출해 자신의 분야에서 큰 빛을 발휘하고 있으나, 여전히 요직에 오르는 성별의 비중은 남성이 압도적으로 높은 편입니다.

남자애보다 공부를 잘해도 소용이 없다고 여겼던 12살 무렵의 기억이 어렴풋이 생각납니다. . 어렸을 때부터 내 직업을 가진 여성이 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결혼과 임신때문에 직장에서 불이익을 받는 여성이 가진 사회적 위치가 정말 잘 보였습니다. 제 주변 친구의 엄마는 대개 집에서 살림하고, 아빠가 돈을 벌어왔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고자라며 자연스럽게 여자의 사회진출은 상대적으로 어려운 일임을 스스로 깨우쳤던 듯합니다

1996년 초등학교에 처음 입학한 세대(1995년 입학생까진 국민학교였죠ㅎㅎ)인 저는 3~4학년 때까지만 하더라도 남자는 반장, 여자는 부반장을 맡는 모습을 보면서 자랐습니다. 중요한 일은 남자가 해야 한다는 인식이 9살짜리 아이들에게도 깊이 박혀있던 듯합니다. 있다고 하더라도 12반 중 한 반 정도에서만 여자 반장이 선출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그러다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여학생도 반장이란 걸 맡기 시작하더니 2002년 중학교 입학했을 땐 여자가 반장, 남자가 부반장을 맡는 것도 흔히 볼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대학이라는 곳을 가보니 조금은 생경하더라고요. 대학을 가보니 여자 공대 교수님은 단 한 분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나름 여권이 많이 신장했다는 2008년임에도 불구, “여자가 공대를 가?”라는 소리도 정말 귀에 딱지가 앉도록 많이 들었습니다.

대학 진학한 지 약 10년이 지난, 이 글을 쓰는 지금에서는 여자의 공대 진학에 대해 낯선 시선을 더는 보내지 않는 듯합니다. 이제는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더 두각을 드러낸다는 기사도 많이 보이네요. 여자들도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선배’들이 이뤄낸 변화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제 앞선 세대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고등교육을 받지 못했고, 제 세대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엇인가를 과감하게 선택하는 걸 두려워했습니다. 하지만 점점 세상은 변하고 있습니다. 저부터도 “여자니까 못해”, “여자는 그런 거 하면 안 돼”라는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어린아이 어른들의 모습을 통해 자신들이 꿀 수 있는 꿈의 한도를 정하니까요. 그러므로 그다음 세대를 사는 사람도 여성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선택의 폭을 좁히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밤입니다.



Samantha
Samantha 7년차 글쟁이. 경제지와 뉴미디어에서 기자로 일하다, 현재 IT 기업에서 인공지능 콘텐츠를 쓰고 있다. 취미로 생산성 앱을 활용한 글쓰기 프로세스를 연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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