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플로위로 매일 기록하기

만능 에버노트로도 해결할 수 없는 ‘그것’

에버노트를 사용한 지도 어연 6년이 다 됐다. 대학생 때 필기 노트를 대신한 에버노트는 기자-에디터 생활을 시작하면서 리서치 및 저작 활동에선 없어선 안 되는 동반자로 승격했다. 필자에게 에버노트란, 처절했던 지난 6년을 오롯이 담고 있는 역사서이자, 탐구노트라고 보면 된다.

현재 버전(2017년 10월 기준)의 에버노트는 뉴스 및 블로그 클리핑, 회사 프로젝트 기록, 영어공부, 브런치 초안, 재테크 등 삶의 전반에 관한 기록을 담당하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 대분류를 해보자면 #라이프(재테크, 자기개발, 브런치)와 #커리어(카카오브레인)가 되겠다.

하지만 만능의 에버노트로도 해결하지 못하는 큰 문제가 하나 있다. 로그(log)를 기록하고 관리하는 데 부적합하다는 점이다. 로그는 여러 가지를 의미한다. 짤막한 회의록일 수도 있고, 오늘 아침 인터넷 뉴스에서 발췌한 한 문단의 글귀를 의미할 수도 있다. 한 줄짜리 일기나 아이디어, 사회나 정치에 대한 자신의 짧은 생각도 모두 로그가 될 수 있다. 즉, 일상의 짧은 기록 자체가 모두 로그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에버노트는 노트북과 노트 시스템에 기반을 두다 보니 짧은 글을 써놓기가 애매하다. 6년간 에버노트를 써본 경험을 돌이켜보니 에버노트는 긴 글을 편집하거나 다루는 데 최적화돼 있으나 짧은 글 꾸러미를 관리하기엔 적합한 서비스는 아니다. 어떻게 하면 이걸 해결해볼 수 있을지 고민해보던 찰나, 워크플로위(workflowy)에서 바로 그 해답을 찾았다.

필자는 워크플로위를 콘텐츠 작성에 필요한 자료취재, 개요 및 초안 작성에 주로 활용해 왔다. 관련 글은 아웃스탠딩 기사인 ‘긴 글을 잘 쓰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죠?(유료)’를 참조하면 된다.

할일(todo)이나 목표(goal)관리 영역에서도 워크플로위를 사용하는 사례를 접하긴 했어도 필자가 선호하는 스타일은 아니라서 과감히 재꼈다. 이미 할일은 iOS의 미리알림(Reminders) 기반으로 동작하는 Fantastical 2로, 인생 목표는 트렐로(Trello)를 통해 이미 잘 관리하고 있다는 것도 영향을 끼쳤다.


반면, 로그를 관리하는 데 있어서 워크플로위가 가진 강점은 너무나 명확했다.

첫번째, 검색이 빠르다는 것. 워크플로위는 웹 기반 서비스로, 모든 데이터는 텍스트로만 구성돼 있다. 에버노트처럼 이미지 나 워드프로세서 문서 속 텍스트를 검색하는 데 자원을 낭비하지 않는다. 검색 질의어를 입력하는 순간 해당 키워드를 포함하는 문장이 결과화면에 바로 표시된다.

두번째, 데이터 관리가 필요 없다는 것. 트리 구조에 기반을 둔 워크플로위에선 특정 트리를 클릭하는 방식으로 하위 트리 텍스트를 펼치거나 줄일 수 있다. 필요에 따라선 특정 트리에 해당하는 콘텐츠만 화면에 표시할 수도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하니, 하단에 있는 동영상을 보면 워크플로위의 구조를 이해하기가 더 쉬울 것이다. 아니면 아웃스탠딩 기사인 ‘내가 워크플로우를 사용하는 이유(유료)’를 읽어보는 것도 좋다.

+참고로 워크플로위는 월 구독 서비스다. 무료 계정으로는 월 250개의 목록만 만들 수 있다. 아직 유료로 전환할 니즈를 크게 느끼지는 못하지만 좀 더 활용성을 극대화하고 싶다면, 친구 초대 링크를 통해 신규가입하면 된다. 그러면 월 최대 500개의 목록을 만들 수 있다.


워크플로위로 로그를 기록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로그를 기록할 트리를 하나 생성한다.

필자의 경우 ‘업무노트/일기/단상 등’이라고 표기했다(좀 더 세련된 이름이 있으면 좋을 텐데 생각나질 않는다). 참고로 워크플로위 내 텍스트 중 그나마 잘 관리되고 있는 부분은 여기밖에 없다. 나머지는 대부분 콘텐츠 초안으로, 최종 버전은 에버노트에서 관리하고 있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버리는 카드라고 봐도 무방하다. 에버노트에 저장된 녀석들이 에이스니까 ;)


2.구조화

필자는 날짜 표기에 6자리 코드를 사용한다. 2017년 10월 23일인 경우 ‘171023’을 사용하는 것이다. 리서치한 자료나 브런치, 과거 취재기사, 여행노트의 경우 에버노트의 노트 제목을 이런 식으로 단다.

왼쪽은 노트생성일. 노트생성일과 노트 속성값이 불일치할 경우가 많다. 노트 제목에 날짜코드(6자리)를 따로 입력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다.

왼쪽은 노트생성일. 노트생성일과 노트 속성값이 불일치할 경우가 많다. 노트 제목에 날짜코드(6자리)를 따로 입력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다.

다만 워크플로위에서는 날짜를 기입하는 방식을 약간 바꿨다. 매번 여섯자리코드를 입력하는 것도 번거롭기도 하거니와, 검색 니즈가 더 큰 방식에 부합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년간 에버노트를 사용해보며 과거 콘텐츠를 찾는 방식을 자세히 분석해본 결과 다음과 같은 2가지 검색 니즈가 발생했다.

  • 2017년 10월에 쓴 콘텐츠 좀 보고 싶다
  • 매년 10월 (23일)에 쓴 콘텐츠를 모아서 보고 싶다

첫번째 케이스를 보자면, 1710(년/월)까지는 입력해야 한다. 두번째 케이스를 봤을 때 1023(월/일)을 입력해야 하는 니즈도 부상한다. 필자가 찾은 구조화 방법은 다음과 같다.

굳이 과거의 자료를 들춰서 워크플로위에 저장할 필요는 없다. 3년만 지나도 재활용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차라리 지금부터 차곡차곡 로그를 기록하는 편이 재활용을 극대화하는 방법일 수도 있다.

+날짜 앞에 ‘‘를 입력한 이유는 날짜 키워드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가 없으면 날짜가 아닌 일반 텍스트가 검색에 표시될 수 있는데, ‘*‘를 표시하면 사용자가 임의로 날짜라고 정의한 텍스트들만 검색된다. 다양한 조합을 사용해봤는데, *가 가장 직관적이었다. 다른 대안이 있다면 그걸 사용해도 사실 무방하다.


3.자료 입력

필자는 이렇게 구축한 시스템에 잡다한 것을 저장한다. 가장 잘된 케이스를 한 번 살펴보자. 회사 업무와 관련된 텍스트는 보안상 모자이크 처리했다.

업무 관련 미팅은 따로 시간을 표시한다. 이건 개인의 취향이니 참고만 하면 된다. 하단은 그날 읽었던 신문기사 중 강조 표시한 내용만 따로 간추려서 정리한 내용이다. 물론 해당 기사에 관한 자신의 짧은 생각을 적어놓는다면 금상첨화다. 추후 콘텐츠로 가공할 때 글감으로 쉽게 사용할 수 있어서다.

+참고로 외부로 공개하거나 공유하는 글은 한곳에 백업하는 것이 좋다.


4.적절한 태그

사실 날짜별로 특정 텍스트를 찾으려는 니즈는 많지 않다. 지난주 월요일에 있었던 회의록, 지난달 17일에 열린 회의록 등 거의 다 업무 관련해서 다시 찾아보려고 할 때 날짜를 입력해서 검색하는 경우가 잦다. “내가 2016년 10월 23일엔 뭐했을까”라는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검색도 가끔 있으나 그리 많지는 않다. 지금 당장 할 일도 많은 마당에 과거를 회상할 여유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다년간 글을 써오면서 다른 검색 이슈가 부상했다. 과거에 써놨던 사랑 또는 정치, 사회, IT 글감만 모아서 보고 싶었다. 이미 한 번 활용해본 글감을 재검색하는 건 사실 어렵지 않다. 이미 글을 쓰는 과정에서 내재화를 한 번 한 덕분에 해당 주제어나 키워드가 어디에 있는지 대강이라도 기억해낼 수 있다. 문제는 바로 흘려보내듯이 써내린 글감이다. 순간의 감정에 충실해서 쓴 글이기에 그냥 버리기는 아까운데 검색해서 쓰는 건 또 어려운 일이다. 워크플로위의 태그 시스템을 활용해 글감을 분류해보니 앞서 기술한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됐다.

워크플로위는 2가지 태그 키워드를 제공한다. 바로 @와 #. 필자는 이를 구분해 사용하고 있다. ‘’#’는 키워드 검색에, @는 보편적인 키워드 검색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임의의 분류가 필요한 영역에 사용한다. 예를 들어, ‘@카브_미팅’처럼 카카오브레인 대/내외 미팅 일지를 기록하는 키워드에 활용하는 것이다.

업무상 어떤 사람이 어떤 발언을 하는지 트래킹할 필요가 있어 ‘@p이름’ 키워드도 따로 사용한다.

혹시라도 잊어버릴까 봐 ‘업무노트/일기/단상 등’ 노트 상단에 태그 목록을 정리해놨다. 키워드가 많아지면, 어떤 키워드를 생성했는지 기억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키워드 목차 노트를 생성해서 늘 참고하는 것이 정신건강에도 좋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에버노트 기반 일지 시스템을 완전히 버린 건 아니다. 에버노트가 멀티미디어(사진, 파일) 첨부 기능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필자는 에버노트와 워크플로위에 각각 기록할 기준을 대략 다음처럼 나누었다.

  • (콘텐츠로써) 재활용 가치가 있는가, 없는가? Y-워크플로위, N-에버노트
  • 추억인가, 아닌가? Y-에버노트, N-워크플로위

에버노트에는 재활용의 가능성은 낮으나 두고두고 추억으로 삼을만한 것들을 저장해주는 곳, 워크플로위는 업무와 관련되거나 재활용 가치가 높은 글감들을 모아두는 곳으로 인지하면 된다. 에버노트로 업무일지를 쓰는 방법 역시 아웃스탠딩 기사인 ‘일잘하는 사람의 공통된 습관? 일일 업무노트!(유료)’를 참조하면 된다. 최신 버전으로 작성한 브런치 글과 상충하는 내용이 일부 있겠으나 일지 쓰기에 관한 맥락을 파악하는 데 이것만큼 요긴한 것도 없다.



Samantha
Samantha 7년차 글쟁이. 경제지와 뉴미디어에서 기자로 일하다, 현재 IT 기업에서 인공지능 콘텐츠를 쓰고 있다. 취미로 생산성 앱을 활용한 글쓰기 프로세스를 연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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