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하는 대화에서 무엇을 얻나

1.제주도의 한 카페에서 커피와 에그 타르트를 먹고 있던 와중이었다. 젊은 여자 한 명과 그의 어머니로 보이는 중년의 여성 한 명이 테이크아웃 커피 1잔과 에그타르트를 포장한 봉투를 두고 좌석에 앉자마자, 남자 사장이 성큼성큼 다가가더니 “지금 여기서 드시는 거예요??”라고 물었다. 젊은 여성이 “안되는 거예요?”라고 답하자, 남자 사장님은 단호한 어조로 “안 돼요. 나가세요. 나가요.”라며 이 두 여성을 쫓아냈다.


2.수 분이 지나지 않아 화가 머리끝까지 난 젊은 여성이 다시 카페 안으로 들어와 언성을 높이며 남자 사장에게 “왜 말을 그딴 식으로 하냐?”며 따지기 시작했다. 여성의 목소리는 점차 고조되었고, 남자 사장은 여자를 데리고 문밖으로 나갔다. 얼마 되지 않아 남자 사장을 따라 쫓아 들어온 여자는 “뭐? 씨발년? 다시 한번 말해봐! 밖에서 말한 것처럼 다시 한번 말해봐!”라며 재차 따져 묻기 시작했다. 제발 나가 달라는 말에, 중년의 여성까지 가세해 “우리 나가면 또 씨발년이라고 욕할 거잖아? 우리가 왜 나가! 안 나가!”라며 소란을 피워댔다.


3.이번에는 젊은 여성의 아버지이자, 중년 여성의 남편으로 보이는 중년 남성까지 가세해 점차 카페 내 소란은 커졌다. 중년의 남성은 “야 이 새끼야, 사과하라고!!”라며 소리를 질러댔다. 카페에 있던 모든 사람은 수십 분 동안 지속된 말다툼을 조용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결국에 남자 사장은 경찰에 세 사람을 ‘영업방해죄’로 신고했다.


4.경찰이 출동할 때까지 이 소동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봤다. 여러 사람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는 과정에 있어서 최초의 ‘발단’이 된 사건이 무엇이었을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남자 사장이 공간을 이용하는 방식(1인 1음료)을 좀 더 부드럽게 설명했다면 괜찮지 않았을까, 아니면 손님이 불만 사항을 좀 더 부드러우면서도 완곡하게 표현했으면 괜찮지 않았을까, 아니면 애초에 공간 이용 원칙을 문 앞에 표시해두거나, 주문 전에 한 번 더 설명해줬으면 괜찮지 않았을까 등 다방면을 생각해봤다. 하지만 그 어떤 가정도 이미 벌어진 일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뭘 어떻게 했더라도 ‘강한 성격’의 사장과 ‘강한 성격’의 손님의 마찰은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사건이겠다 싶었다.


5.양쪽의 상황이 모두 이해는 됐다. 손님은 무려 그 가게까지 찾아가서 물건을 구매해 준 사람이다. 그렇다고 해서 손님이 모두 왕이라고 할 수는 없다. 업장을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업장 이전에 주인이 소유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봤을 때라도 그 공간은 주인이 얼마든지 마음대로 운영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주인장이 내세우는 원리 원칙(남에게 피해가 가는 행동은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 1인 1음료는 카페라는 공간을 이용하는 기본 매너입니다.)을 지키지 못할 사람을 내쫓는 것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사장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과 매번 갈등을 빚는다면 그 업장은 점차 시장에서 외면을 받게 될 거다.


6.그렇다면 무엇이 최선이었을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봤다. 손님이 진상이었다고 판단하는 일과는 별개로, 카페 이용 매너를 잘 아는 사람이 있다면,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점을 인식하는 게 일단은 가장 확실한 불필요한 갈등 최소화를 위한 방식이 아닌가 싶었다. 제삼자 입장에서 봤을 때 네이버 플레이스 소개 문구나 메뉴판 내용은 고객에게 공간 이용 규칙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고 보이지 않았다. 최소한, 그것이 규칙이라고 내세우기 위해서는 매장 곳곳에 배치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울러, 내가 내세운 원칙이 옳다고 생각한들, 굳이 다른 사람들과 반드시 충돌할 필요는 없었다고 본다. 강한 것끼리 부딪혀봤자 한쪽 또는 양쪽 모두 부러질 뿐이다.


7.EBS 한 프로그램에서 “인간 사이 일어나는 모든 일을 법으로 규제하는 건 불가능하다. 다만 자정적으로 동작하길 기대한다”라는 들었다. 카페 주인이 조금 더 융통성있게 대처했으면 좋았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에는 웃으면서 말하면서도 자기의 의견과 뜻을 관철하는 사람이 승자이기 때문이다. 일련의 사건을 통해서 내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대해서도 되짚어보게 됐다.



Feature image by Roland Steinmann from Pixabay



Samantha
Samantha 7년차 글쟁이. 경제지와 뉴미디어에서 기자로 일하다, 현재 IT 기업에서 인공지능 콘텐츠를 쓰고 있다. 취미로 생산성 앱을 활용한 글쓰기 프로세스를 연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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