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이 원하는 일을 하다 보면 글쓰기로 기여할 부분을 계속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성과도 나름 냈다. 개발자 채용 브랜딩에 목적을 두고 글을 쓴다면 직무 변경도 해야겠다는 생각마저 했다. 하지만 회사에 남기 위한 선택지는 결국 내 인생 목표가 될 수는 없었다. 갑작스럽게 몰려온 우울감으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결혼 준비를 위해 퇴사 후 일시적 전업주부를 택했다. 나름대로 구축한 정리 시스템에 따라 신혼집을 꾸미는 재미에 맛 들이다, 본격적으로 매일같이 반복되는 집안일을 마주하니 먹먹해졌다. 역시 나는 내 가치를 인정받는 글쓰기를 해야겠다. 만 7년간 여러 종류의 글을 써왔다. 그럼 앞으로 어떤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야 할까? 고민이 깊다.
산업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고, 전문성을 갖춘 글을 쓰겠다는 신념을 고수하기까지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도 전달자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자각했다. 그렇다면 되려, 한 사건을 산업-경제-문화-기술-법-윤리 면에서 다각도로 조망해서 글을 쓸 수 있다는 걸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면 좋겠다는 판단이 섰다.
작업 중간에 발생한 '4개월' 간의 공백이 문제였다. 전에 봤던 논문에서 해결하려던 문제와 방법론에 대한 내용은 다 잊어버렸다. 논문을 다시 처음부터 정독할 필요가 있었다. 다행히 1, 2차 리서치에서 논문 내용을 심층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덕분인지 두번째 정독은 복습에 가까웠다.